상해에서 지나친 커피숍, 몇걸음 떼다 뭔가 이상해서 눈여겨보니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낯설면서도 익숙하다.

이 아이랑 참 비슷한 분위기의 배색, 그리고 도안이지 싶은데. 사실 안에 들어있는 가슴큰 인어공주의 이미지를

노골적으로 비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 해야 할까. 나름 비슷하지만 딱히 어디라고 찝어낼 순 없는 경계에

달랑달랑, 그 정도 수위의 카피인 듯 하다.

메뉴판이 동그라미 링으로 조금은 두툼하게 나왔지만, 뭐 팔고 있는 커피 종류가 많은가 보다 했다.

근데 아니다. 심지어 국수류도 팔고 있었다. 중국식 소면, 메뉴만 보고는 여기가 까페란 사실을 망각하겠다.

다시 말하자면 여기는 상해 어느 길거리의 별다방 닮은 듯 안 닮은 듯 딱히 찝어말하기 힘든 로고를 가진 까페,

보통 까페라 하면 커피를 팔고 차를 팔고 여름에는 팥빙수 정도를 팔곤 하지만 김이 무럭무럭한 면을 팔지는

않는단 말이다. 중국어로 '까페이'라 읽히는 건 우리말로 커피숍, 까페라고 분명 배웠는데.

조금 불안했지만 ice-coffee를 시켰다. 서빙되어 나온 건, 그야말로 아이스커피와 냉커피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잔의 다방 커피. 커피 둘 설탕 둘 프림 셋의 커피에 뜨거운 물 조금 부어 녹인 후에 얼음 동동 띄운.

그치만 빨대가 비비 꼬인 건 맘에 든다.

바닥에 깔아준 받침을 유심히 보니 꽤나 재미있는 말들 투성이다. Latter, Colombian, Hawail Coffee, Sunmiyaki,

그렇지만 대박은 뭐니뭐니 해도 'Espresson'. 에스프레소가 아니라 에스프레'손'!

어라, 더 심한 걸 보고 말았다. 무려 양갈비다. 까페 유리창에 붙어있는 메뉴는 다름아닌 기름기 줄줄 흐르고

노린내 응큼하게 나는 양갈비. 다시 한번 리마인드하자면 여기는 까페. 대개는 커피나 차를 마시는 곳. 와우.

80, 90년대 한국의 다방에는 동전을 넣어 오늘의 운세가 돌돌 말린 종이를 뽑는 재떨이도 있었고, 한쪽엔

오락기도 있었고 그랬던 거 같다. 한 숟갈씩 퍼먹던 프림의 숨막히도록 텁텁하고 달달한 맛과 함께 떠오르는

추억이다. 중국의 커피숍엔 그런 건 없었지만, 제법 이런 식으로 생긴 호출벨도 있지만, 저 아저씨는 왜 저리

입을 쫙 벌리고 힘든 표정을 짓고 있을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