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깃줄을 저렇게 둘둘 말아놓고 있다니, 무거워서 줄이 처지거나 전봇대가 꺽이면 어떡할라고.

곳곳에서 공사중인 지하철들, 새로 지어지는 지하철 역사도 그렇지만 주변의 스카이라인도 그렇게 '저렴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곳곳에 내걸린 빨래들을 흔들어주는 바람. 하얗게 벽면을 날려버리는 햇볕. 며칠새 한겨울과 한여름 날씨를

넘나드는 그 곳 역시 별수없이 이상기온이 창궐한 지구.

이런 요상하고 자기과시적인 건물들은 이제 지구적인 트렌드다. 여기도 두바이나 다른 신흥 개발도시들처럼

평범하고 밋밋한, 그리고 동일한 모양의 건물은 건축허가 자체를 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역시

서울의 랜드마크는 성냥갑 모냥 빼곡한 아파트촌이다.)

어디나 그렇지만 거대한 도시의 위용넘치는 스카이라인 곳곳에는 자그맣고 조촐한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숨겨져 있다. 국가나 민족 따위 거창한 정체성과 전통과는 상관없이 대개 고만고만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처음에는 중국땅의 스타벅스가 눈에 띄었고, 다음에는 온통 남자뿐인 가게 내부가 눈에 띄었다.

도로 곳곳에 설치된 주차장 안내 표시. 땅이 넓어서 그런지 주차장이 사방에 있었는데다가, 이렇게 현재 몇대의

여유공간이 있다고 알려주기까지 하니까 굉장히 좋은 거 같다.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고 사료되오.

거리 가로수엔 온통 조명을 저렇게 휘감아 놓고, 샹하이의 밤거리를 휘황하게 빛나게 하겠다고.

택시 기사는 리츠칼튼 호텔까지 손님을 싣고 다음 손님을 받을 때까지 급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무려 폭스바겐

택시, 그 안에서 간단한 음식으로 요기중인 아저씨.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이 열리던 초기, 너무 거만하고

불친절하게 굴어서 많이 호감도를 상실했다던가, 그렇지만 여기 폭스바겐 택시가 많이 보이는 건 그 때

전부 들여온 거라고 했다.

궁전처럼 꾸며놓은 리츠캂튼 호텔의 정문. 실제로 큰 호텔이기도 하지만, 입구를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더욱

커 보인다.

안에는 크리스티 미술 경매품이 전시되고 있었고, 크리스티의 중국식 표현은 佳士得 이었다는.

중국에 미술품 전시장에서 한국 작품을 만났다. 만났는데, 술취한 태권브이가 소주병을 흔들고 있고, 놀다가라는

온갖 명함판 광고가 나부끼는 그런 그림. 반가웠다. 한국이구나 하고.

회의에 들어갔다가 만난 물병. 농부산천. 좋은 물이냐고 누가 물었는데, 이영애를 광고모델로 쓴 브랜드라고 했고

그 말을 듣고 모두들 음~ 하면서 꿀꺽꿀꺽 마셨다는.

회의가 끝나고 난 후, 호텔이 제아무리 멋져보이려 천장을 높이고 대리석을 깔고 백열전구를 휘감아도 어쩔 수

없는 게 있는 거다. 주변의 경관. 그닥, 멋지지 않은 상하이의 그저그런 풍경.

눈물어린 눈으로 세상을 보듯 온통 어른어른 번져나는 조명불빛들. 고가도로 옆에서 갈매기가 날고 있다.

자동문, 이라고 적힌 차의 옆문. 익숙치 않은 글씨 혹은 간체자 청맹과니라는 이유로 저 문을 잡고 낑낑대던

사람이 있었다. 수리비 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까봐 조마조마.

숙소로 썼던 아파트먼트형 호텔. 근사한 조명과 외관이 굉장히 멋졌지만, 슬프게도 맨날 별보고 퇴근하고 그별

다시 마중가며 출근했는지라. 싱가폴 자본이 상하이에 많이 진출했다더니 이 호텔 건물들도 싱가폴에서 투자,

운영하고 있었다. 냇물이 흐르고 분수가 튕기는 멋진 정원에서도 싱가폴의 상징 머라이온(Merlion : Mermaid+ lion)이

굽어 보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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