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에서 약 200킬로 떨어진 아그라에 도착, 티켓 오피스 앞에 섰다. 약 200킬로면 사실 한국에서야 두시간임

주파할 수 있는 거리지만 여기 기준으로는 네시간 반 정도. 안 그래도 전날의 숙취가 고스란히 누적된 상황에서

멀미 기운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도 티켓을 받아드니 없던 힘도 불끈 생겨나서, 정신차리고 돌아보기 시작. 티켓 뒷면의 도장은 타지마할

티켓을 사고 아그라의 다른 네 개 유적을 돌아보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표시라는데, 살짝 빵꾸가 뚫려있는

AGF, 아그라 포트만 돌아볼 수 있었다.

매표소 옆에 붙어있는 노천 까페/레스토랑으로 들어서는 길, 기둥마다 그려진 소박하고 단순한 그림들이 눈을

끌었다.

그러고 보니 매표소 건물 입구 위에서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던 코끼리, 비슈누상. 굳럭을 상징하는 시바신의

화신 중 하나라는 비슈누다.

매표소에서 타지마할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 약 1킬로 정도 걸리는 그 길을 걸어서 가는 방법이 하나, 다른

하나는 전기 자동차를 이용해서 가는 거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타지마할의 보존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실은 몇년정도 비공개로 쉬게 하라는 권고를 받을 정도였던지라 도입된 전기 자동차라고.

인도의 정정은 사실 그리 확립된 편은 아니다. 작년에도 테러가 있었고, 카슈미르 지방을 둘러싼 파키스탄과의

알력이라거나 분리주의자들의 격한 움직임도 유의할 대목. 타지마할까지 가는 길은 계속 이런 체크포인트와

장벽들을 넘어서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여유있게, 쓰레기통 깊숙이 얼굴을 처박고 먹을 거리를 찾는 소 한마리.

길 끝에서 타지마할의 입구를 만났다. 적색 벽돌로 매끈하게 가다듬어진 저 성벽 너머엔 타지마할이 있다.

인도 날씨는 꽤나 후텁지근할 거라 생각했지만 델리나 아그라 지역은 사실 1월엔 그다지 기온이 높진

않은 편이다. 다소 쌀쌀한 봄의 아침날씨정도랄까. 그럼에도 저렇게 댓바람부터 길거리에 사지를 뻗고

누운, 그야말로 개팔자 상팔자의 강아지들. 

역시나 입구 옆에는 소총을 둘러멘 경비원들,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아예 벽돌로 저렇게 진지까지 구축해

놓았을 정도로, 테러의 위협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현실로 체감하고 있나보다.

마법의 숲을 지나 늪을 건너, 금속탐지기와 거친 손놀림의 스캐너를 거치면 타지마할 입성.

난 타지마할에 들어가면 바로 새하얀 그 궁전이 나타날 줄 알았다. 그렇지만 현실은 기대를 배신하고,

쭉 이어지는 테라스와 붉은빛 벽돌담. 이것도 이쁘지만 난 얼른 타지마할이 보고 싶을 뿐이라구~ 생각하다가

사실 타지마할이 뭔지도 제대로 안 알아보고 덥썩 여기까지 왔음을 깨달았다.

저기가 타지마할로 들어서는 입구. 타지마할은 힌두교와 이슬람의 영향이 혼합된 방식으로 지어진 사원으로,

익히 알려졌든 '타지Taj'라는 왕비를 위해 바쳐진 사후궁전인 셈이다. 현지어로는 '따즈마할'이랄까, 좀 다르게

발음하는 것 같던데.

외국인 여행자들이 쉼없이 들고 나고, 그 와중에 두껍게 무장한 병사들은 살벌한 쇠막대기들을 들고 발소리

척척 맞추어 사방을 순시하고 있었다.
 
정확한 좌우대칭이 되도록 힘썼다는 이야기, 힌두교 사원들이 엄격하다 싶을 정도로 좌우대칭 형태에 집착한

것처럼 타지마할 경내의 건물들 역시 마찬가지 맥락인 거다.

건물 안을 지나던 길, 어둑어둑한 실내에서 문득 발견한 창문 하나, 쏟아지던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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