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햇볕이 내리쬐어 그림자라곤 발밑에서 조금 채일 뿐인 시간, 근 세네시간 동안 돌아보아도 아쉬움이

남던 앙코르왓. 다른 곳을 먼저 돌아보길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야말로 크메르 문화의 정수, 롤루오스 유적부터

북쪽 반띠아이 쓰레이의 모든 시도들은 앙코르왓에서 만개하고 있었다. 시간이 넉넉치 않다면 정말 여기만

봐도 괜찮겠다, 싶기도 하고. 물론 다른 자잘한 사원들이 갖고 있는 나름의 매력과 운치는 모두 생생하지만.

내려서 돌아나오기 전, 포즈를 잡고 계신 스님을 보고 슬쩍 풍경에 담았다.

명예의 테라스 위에서 바라본 앙코르 왓의 참배로. 저 끝에 서문이 보인다.

참배로를 걸어나가면 느꼈던 충만함. 앙코르왓의 구석구석까지 스며있는 과거와 현재의 다감한 손길, 여기가

어딘지 언제인지도 잊을 만큼 강렬하게 감각을 자극했다.

다섯번째 선물상자를 지나 서쪽문, 앙코르 왓 선물 오겹상자를 품고 있던 해자 위로 나왔다.

연못 위로 요요한 구름들이 유영중이다.

앙코르 왓의 전경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연못, 아니 그 이상을 담아내고 있다. 앙코르 왓이 이고 있는 하늘까지.

그리고 앙코르 왓을 떠받치고 있는 벽돌로 다져진 지면까지.

돌아나서는 길, 무려 200여미터나 된다는 해자를 걷는다는 행위는,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더욱 뚜렷이 느끼게

해주었다. 왠지 정말 어딘가 '피안'에서 '차안'으로 돌아온 느낌. 조금씩 사물이 일상적인 것으로 돌아오고,

바닥의 돌 하나, 돌사이 품어진 풀 하나를 조금은 범상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조금은 둔감하게 세상을

받아들여도 된다는 것, 그게 일상을 살아간다는 의미이기도 한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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