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사쪼이에서 무작정 구룡반도의 서안, 바닷가쪽으로 걸어나가보기로 했다. 홍콩의 흔한 아파트 외관은 대체로

 

저렇게 자잘한 균열도 많고 에어컨 실외기가 덕지덕지 나와있으며, 게다가 페인트칠도 한꺼풀 벗겨진 느낌이다.

 

물론 동네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문득 지나치던 미용실이 너무 허름해서 놀랬다. 홍콩이라고 꼭 패션의 메카라거나

 

쇼핑의 천국인 것만은 아니지만,그래도 저런 헐벗은 의자라거나 물건들은 한국에서도 시골에나 가야 볼 듯.

 

 그러다 문득 나타난, 마치 한국의 가락동 농수산도매시장같은 느낌의 과일 도매시장.

 

과일의 왕 두리안도 잘 익은 것들을 나름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었다.

 

 

과일상자를 싣고 다닐 카트도 도처에 널려 있는가 하면, 과일가게 하나가 워낙 규모도 크고 다루는 과일도 많더라는.

 

 

아쉽게도 시간대가 맞지 않았는지 상점들이 많이 문을 열고 있지는 않았지만, 몇몇 열린 가게에서 분위기가 물씬.

 

고층건물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양쪽에 차양을 길게 늘어뜨린 과일가게에서 번지는 노랑색 불빛이 이쁘다.

 

 

어느 가게는 이렇게 아예 셔터에 과일그림을 그려놓기도 했고.

 

 

 

어둑어둑해지면서 갑작스레 쏟아진 스콜성 폭우에 숙소로 바삐 걸음을 옮기는 참. 여기는 옥시장이라고 했는데,

 

옥은 쪼가리도 안보이고 온통 문닫은 가게들 뿐이다.

 

 네이던 로드, 홍콩 구룡반도를 관통하는 커다란 큰길로 나와서야 방향 감각이 다시 생겼다. 그런데 정작 여기는

 

가게에 진열된 물건 앞에서 방향 감각을 상실한 꼬맹이 두명.

 

 

 비가 온통 쏟아붓는 풍경, 홍콩의 생활인들은 우산을 들고 비를 그을 곳을 찾아 발걸음을 서두르는데 난 어느 처마

 

밑에서 비를 그으며 아까 사둔 두리안을 맛보았다. 비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만만, 이것도 여행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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