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간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마치고 잠시 포카라를 둘러보곤 카투만두로 날아왔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은

 

대충 대여섯시간 남은 상황, 카투만두 트리부번 국제공항에서 걸어서 십오분 거리쯤에 있는 파슈파티나스 사원을 돌아보기로 했다.

 

무려 1,000NPR(한국돈으로 약 10,000원)에 달하는 예기치 않은 고액 입장료에 놀랐으나 사원 입구에서부터 현란한 색깔로 압도당하다.

 

나무나 석물을 파서 만든 저 도장들을 위한 염료인 것 같은데, 색깔이 어쩌면 이렇게도 곱고 화려하게 발하는지.

 

사원 비스무레한 건물이 나타나기도 전 이런 류의 기념품샵들에서부터 삼매경에 빠져 한참을 지체하고 있었다.

 

네팔의 상징과도 같은 'Buddha's eye'. 그 문양을 박아넣은 주발. 막대기를 사용해 주발의 바깥을 따라 부비면 거대한 공명이 생긴다.

 

이윽고 나타난 사원 비스무레한 건물들의 실루엣. 켜켜이 중첩된 낡은 건물들, 그리고 그 앞에서 혼자서도 잘 노는 꼬맹이 하나.

 

 

 

그리고 예기치않은 연기와 매캐한 냄새의 기습. 대체 이게 뭐야, 할 틈도 없이 시각과 후각을 빼앗겼다.

 

뭔가 굉장히 불편하고 메스껍기까지 한 냄새, 뭐랄까 고기를 굽는 게 아니라 작정하고 태우는 듯한 그런 냄새와 연기였다.

 

강 건너편에서 불구덩이를 만들고는 뭔가 열심히 태우는 사람들, 거의 다 불길이 사그라들어 연기를 뿜어내는 것도 있었고

 

혹은 이제 막 살라붙은 불이 맹렬하게 장작들을 공략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불쾌하고 역한 속을 애써 다독이며 걷다 보니 커다란 중심 탑 앞까지. 온통 구름 속인 듯 연기가 자욱하다.

 

 

그리고 붉은 축복의 징표가 이마에서부터 흘러내려 온몸을 시뻘겋게 피칠갑하듯 염색해버린 조각상들.

 

그리고 다리를 건너 좀더 가까이 다가간, 그 장작더미들과 불구덩이들의 정체는.

 

마치..나무로 짜인 침대와도 같은 장작 위에 놓인 그것, 한때 웃고 말하고 움직였을 그 몸뚱아리.

 

이곳 '성스러운 바그머띠 강'을 끼고 위치한 파슈파티나스 사원은, 네팔 최대의 힌두사원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보다도 더 유명한 건, 힌두교도들의 마지막을 위한 강변의 노천 화장터가 상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방금까지 누군가의 마지막을 위한 제의의 공간이었던 곳, 타고 남은 잿가루들이 강으로 쓸려내보내지고 나니

 

어디선가 비틀거리며 조그마한 강아지 한 마리가 털썩, 소리가 들릴만큼 주저앉았다. 혹시, 주인이었던 건 아니겠지.

 

화장터 앞에서 망자의 마지막을 지키는 가족들, 그리고 관련된 종사자들. 마치 들것과도 같은 저 철판 위에다가

 

모셔와서는 정성껏 쌓아올린 나무 장작 위에 안치한다. 그리고 구석구석 고체 기름을 꼽고는 불을 댕긴다.

 

 

그게 끝. 아니, 사실 끝은 그보다 훨씬 이전일 거다. 눈을 감는 순간, 심장이 멈추고 뇌가 작동을 멈추는 순간.

 

그러고 나면 남는 쭉정이, 땅에 묻던 불로 사르던 수많은 원소로 돌아가는 건 같다. 다만 속도의 차이일 뿐.

 

 

그렇다고는 해도, 그 정제되지 않은 냄새와 연기. 가까이서 지켜보고 나니 더욱 숨이 답답해지는 것 같아

 

잠시 옆의 지붕이 그럴 듯한 사원으로 피신하여 숨을 돌렸다.

 

 

사실 이곳 파슈파티나스 사원은 힌두교 최고의 신인 시바를 모신 사원 중에서도 손꼽히는, 심지어 인도까지

 

통틀어서도 손꼽히는 사원 중의 하나라고 한다. 아마도 그렇기에 교인들이 이곳에서 최후를 맞고 싶은지도 모른다.

 

아까 열심히 연기와 냄새와 싸우며 걸어왔던 강변, 문득 다시 보니 지금은 원숭이떼가 온통 길을 점령해 버렸다.

 

이 곳에 사는 원숭이떼들은 더러 먹거리를 들고 있는 사람을 습격하기도 할 만큼 악명이 높다고 한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조금 정신을 차리고는 다시 사원의 깊숙한 곳으로 향하는 참, 장작을 쌓는 모습을

 

처음부터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방망이 깎는 노인'의 자세랄까, 편안하게 누울 수 있도록 짝을 맞추고 높이를 조정하고.

 

그렇게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쉽게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는 불길이 일 수 있도록 쌓은 장작더미.

 

위에 고인을 모시고 짚으로 몸과 얼굴을 잘 가리고 나면, 삐쭉 나온 두 발이 남긴 하지만 차라리 그건 덜 안타까운 장면.

 

옆엣 공간에서는 굉장히 작고 조그마한 짚덤불이 놓인 채 불이 올랐더랬다.

 

그리고 이리저리 불을 뒤채며 잔해가 남지 않도록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는 일꾼. 결국 재만 남고 나면

 

삽같은 것으로 긁어 강으로 남은 것들을 뿌려버린다. 아이들이 수영하고 뛰어노는 바로 그 강변으로.

 

 

그렇게 강변을 따라 늘어선 대여섯 개의 화장터. 마침표 이후의 잔해가 또 하나, 안식을 찾아들었다.

 

그리고, 이런 장면들을 하루에 수십번씩 벌써 수백수천날을 보았을 어미 원숭이와 그녀의 조그마한 새끼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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