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를 조금 듣다가 말았다. 재미없었다. 정치 이야기를 예능처럼, 헐리웃 영화처럼 풀어놓고 있었다. MB만 없어지면

새로운 세상이 옵니다, 믿습니까! 라는 식으로. 게다가 자신들의 이야기가 반MB의 전부인 양 구는 것도 맘에 안 들었다.

멤버들의 당차고 도발적인 말투는 '비주류'였을 땐 멋졌지만, 그들이 대중을 등에 업고 말한다고 느껴지니 역겹기 시작했다.


"정치라는 게 단순한 게 아니고 민주당과 한나라당만의 싸움도 아닌데 <나꼼수>는 정치를 마치 종교처럼 선악구도화하고 대통령에 대한 조롱을 풍자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면서 사람들에게 예능적이고 말초적인 즐거움을 준다"

"정권말기에 (현 정권의) 독이 빠진 상태에서 이명박을 겨냥하고 두들겨 패는 쾌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이명박하고만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재능교육이라든지 더 들여다봐야 할 문제들이 많은데, 이명박이 BBK로 처벌을 받으면 우리 사회의 진보가 이뤄질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명박 대통령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문제라든지, 관료의 문제라든지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나꼼수>는 MB만 없어지면 천국이 올 것처럼, 야권이 집권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기사 중에 나와있는 말들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낡은 구조가 복잡하고 건재하게 살아있는 현실을 풀어내는 하나의 방식으로

나꼼수식 이야기가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스스로가 MB 반대진영을 전부 아우르는 양, 혹은 대중의 환호성과 지지에

우쭐해져서 완장이라도 찬 양 구는 건 도무지 맘에 들지 않는다.


둘다 불편하다. 나꼼수에 열광하는 대중, 그리고 나꼼수 멤버들.

대중은 몇년전 '질서유지선 안의 촛불'로 정치를 소비하던 트렌드를 '인터넷방송 안의 씨바, 쫄지마'로 정치를 소비하는 걸로

유행을 좇는 건 아닐까. 진지하게 분노하고 현실에 몸을 던지기보다 적당히 도발적이고 일탈적인 순간의 카타르시스만을

탐닉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진지함과 분노가 '올드한 입진보'나 '운동권'처럼 간주되고 있어서야 답이 없다.


나꼼수 멤버들 역시. 애초부터 그들에게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그저 정치에 좀더 관심을 끌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정도였는데 뭔가 반MB 교주를 자처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들끼리 즐겁고 유쾌하고 가볍게 가는 건 뭐라 할 수 없지만,

그 파급효과를 감안하건대 방식과 이야기 모두를 정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들이 만들어낸 '나꼼수' 신도들이 보이는

-일부의 행태일지언정-배타적이고 MB스러운 행태는 그들의 이야기로부터 배태된 거라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나꼼수'를 건드리면 입진보라며 낙인찍고 이죽거리는 것, 나꼼수가 MB와 기득권을 까는 방식이 딱 그거다.

양날의 칼. '나꼼수'가 지금까지의 열풍을 몰고 삽시간에 영향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풍자나 시니컬함이

가진 강력한 산화력은 좌와 우를 막론하고 '진지함'과 '정당한 분노'를 희석시켜 버린다. 그리고도 기껏 그리는

세상이 MB없는 세상, 노무현 만세라고?




아래는 '오마이뉴스' 관련기사.


건드리면 '폭풍까임' '입진보' 낙인
<나꼼수> 편가르기, 빨간불 들어왔다
[신년기획] 진보논객 3인에게 <나꼼수> 현상을 묻다
홍현진 (hong698) 기자
트위터에 <나는 꼼수다> '찬양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꼼수>와 그 지지자들이 '우리편'이라고 생각하는 진보진영에서도 '<나꼼수> 현상'을 불편해하는 의견이 존재한다.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12월 28일~30일 '진보논객'으로 불리는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학전공 교수, <88만원 세대> 공저자 박권일씨, <안티조선 운동사>를 쓴 자유기고가 한윤형씨에게 <나꼼수> 현상에 관해 물었다. 이들은 <나꼼수> 현상을 "소중한 현상"이라면서도 <나꼼수>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편집자말>
'BBK 의혹'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배웅을 받으며 자진출두하고 있다.
ⓒ 유성호
정봉주

그야말로 '핵폭탄'이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김용민 시사평론가, 정봉주 전 국회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 4인이 지난해 4월 시작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는 '회당 600만 명 청취'라는 영향력을 과시하며 '대안미디어'로 자리잡았다. 기성 언론에서 <나꼼수>를 벤치마킹한 프로그램이 속속 만들어졌고, 제도권 정치인들은 <나꼼수>에 출연하기 위해 줄을 섰다.


지난해 11월 30일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나꼼수 특별공연'에서 만난 김경래(30)씨는 "<나꼼수>를 들으면서 뉴스를 안 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존의 언론들이 다뤄주지 않는 내용을 <나꼼수>에서 들으면 속이 시원해진다"면서 "주로 <나꼼수>와 트위터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이날 공연에는 2008년 '촛불' 이후 집회 참여 인원으로서는 최대인 5만여 명의 인파가 모였다.


<나꼼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의 공격도 거세졌다. 이들 언론은 <나꼼수>의 '음모론'과 '편파성'을 문제 삼으면서 <나꼼수>를 '선동매체'로 규정했다.


<나꼼수>를 향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수구보수 진영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진보논객들 역시 개인 트위터와 지면을 통해 <나꼼수>에 '쓴소리'를 해왔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가 대표적인 예다. 진씨는 지난해 10월 <나꼼수> 콘서트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불륜과 사생아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unheim)를 통해 "한껏 들떠서 정신줄 놓고 막장까지 간 거다. 포르노라는 게 원래 노출 수위를 계속 높여야 한다"면서 "제발 경쾌하고 유쾌하게 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치 예능화' 통해 정치 관심 없었던 사람들 유입"


'국내 유일의 가카(각하) 헌정방송'을 표방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나꼼수>의 주요 흥행요인 가운데 하나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학전공 교수(@worldless)는 "이명박 대통령이 표상하는 '꼰대스러운 가치'가 있다. 권력은 가졌지만 남들은 다 욕하는데 자기만 모르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느니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만 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 같고. <나꼼수>는 그것을 조롱하는 본격적인 프로그램"이라면서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일종의 '교양'처럼 된 사회에서 <나꼼수>는 정치풍자 코미디로서 일반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88만원 세대> 공저자 박권일(@fatboyredux)씨는 이를 '정치의 예능화'라고 표현했다. 박씨는 "정치라는 게 단순한 게 아니고 민주당과 한나라당만의 싸움도 아닌데 <나꼼수>는 정치를 마치 종교처럼 선악구도화하고 대통령에 대한 조롱을 풍자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면서 사람들에게 예능적이고 말초적인 즐거움을 준다"면서 "정치를 단순화시키면서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 유입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음모론'이 더해진다. <안티조선 운동사>를 쓴 자유기고가 한윤형(@a_hriman)씨는 "이명박 정부라든지, 검찰이 왜 나쁜지, 정치에 새로 유입된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 '어떤 사건이 있는데 배후에는 일을 꾸미는 누군가가 있고 은폐공작이 일어난다는 것'"이라면서 "음모론은 정치에 막 관심을 처음 가졌을 때 가장 쉽게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박권일씨는 "주류 미디어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음모론이라는 형식이 대중들에게 각광을 받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보았다. 박씨는 "잡을 수 있는 완벽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나꼼수>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항하기 위해 몇 가지 정보를 엮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음모론으로 간 것은 필연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MB VS 반 MB' 선악구도화... "MB만 없어지면 천국 오나?"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2011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특별 야외공연에서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나는꼼수다

이들 진보논객들은 한 목소리로 <나꼼수>가 '가카'를 모든 사태의 중심에 두고 'MB 대 반 MB'를 선악구도로 설정하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나꼼수>식 조롱과 풍자를 "축제 중에서도 힘 빠진 짐승을 칼질하는 쾌락을 제공하는 사육제"라고 표현한 박권일씨는 "정권말기에 (현 정권의) 독이 빠진 상태에서 이명박을 겨냥하고 두들겨 패는 쾌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이명박하고만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재능교육이라든지 더 들여다봐야 할 문제들이 많은데, 이명박이 BBK로 처벌을 받으면 우리 사회의 진보가 이뤄질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국회 비준 과정에서 지난해 말 또 다시 논란이 되었던 '한미FTA'는 '반 MB' 구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대표적인 사례다. 박씨는 "<나꼼수>는 현 정부가 추진한 한미FTA와 '노무현FTA'가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는데도 마치 다른 것처럼 여론몰이를 했다"고 비판했다.


반MB 전선에만 매몰될 경우 구조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택광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문제라든지, 관료의 문제라든지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나꼼수>는 MB만 없어지면 천국이 올 것처럼, 야권이 집권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씨는 "우석훈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정봉주는 살아서 신이 된 사나이'라고 썼던데 정봉주씨가 감옥에 들어가면서 마치 순교자처럼 되어 버렸다"며 "정봉주씨가 억울하게 형이 집행된 측면도 지적을 해야겠지만 본질은 불합리한 선거법"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선거법 문제가 집중적으로 이야기됐어야 했는데 어느 순간 울고불고 신파로 끝나버렸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 MB 전선'만 절대화... 비판하면 '입진보'


한윤형씨는 "MB를 축으로 보는 시선 역시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고 전제한 뒤, "MB를 축으로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고 신자유주의가 문제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자본주의 자체가 문제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시각들이 공존을 해 나가야 한다"면서 "그러나 반 MB 도식을 처음으로 배우고 이 도식 이외에 다른 것들을 상상할 수 없는 경우, 반 MB 도식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다 적으로 돌리는 경향이 <나꼼수> 팬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나꼼수>에 쓴소리를 하는 진보논객들은 '입진보'라는 비아냥과 함께 트위터 등을 통해 '폭풍까임'을 당하게 된다. 진중권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목숨 걸지 않으면 나꼼수 못 까요", "꼼진리교 신자들은 워낙 닥치고 찬양이 아니면 다 나꼼수에 대한 질투로 읽더라구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씨는 "'입진보'가 원래는 입으로만 진보를 말하고 실천을 안 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갖다 붙이는 말이 됐다"면서 "반 MB 전선을 절대화하다 보니까 나머지 전선은 폄하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택광 교수는 "<나꼼수> 팬들이 가지고 있는 태도 중 하나가 '진보'를 현실적인 힘이 없는, 쓸모없는 세력으로 본다는 것인데 이는 신보수주의적인 논리"라면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나꼼수>가 표현의 자유를 용인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박씨는 "기본적으로 선거구도를 반한나라당 전선을 세워놓고 거기에 복종하지 않는다고 해서 '입진보'라고 하는 것은 주객전도"라고 말했다.


'민주화 투사'된 4인방... <나꼼수>의 딜레마


'BBK 의혹'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검찰에 자진 출두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이 정 전 의원을 떠나보내며 빨간 장미와 응원하는 손피켓을 놓고 있다.
ⓒ 유성호
정봉주

이러한 현상은 정봉주 전 의원의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더욱 과열되고 있다. '<나꼼수> 멤버들이 목숨을 걸고 현 정권과 싸울 때 '입진보'들은 뭐했느냐'는 것이 요지다.


<나꼼수> 멤버들이 마치 '민주화 투사'처럼 영웅화되는 분위기와 관련해, 이택광 교수는 "지나친 오버"라면서 "<나꼼수>가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초기에 멍청한 위정자를 놀리는 역할을 하면서 기존의 언론이 건드리지 못하는 부분을 건드리는 정치풍자 코미디였던 <나꼼수>가 점점 심각한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친노세력'으로 대표되는 <나꼼수> 지지자들은 결집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바깥의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꼼수>가 소수정파(친노세력)의 선동방송이 될 경우, <나꼼수>가 설득해야 하는 40%의 부동층에 대한 외연을 확대하기 곤란해진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한윤형씨 역시 "내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중간파 유권자를 공략해야 하는데 <나꼼수> 팬들 가운데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쇄신을 엄중하게 봐야 한다'고 하면 '우리에게는 <나꼼수>를 듣는 청년층 지지자가 있다'는 식으로 답변을 하는 등 사태를 안일하게 보는 경우가 있다"면서 "'우리 편'끼리 모여서 놀다보면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못 보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권일씨는 "<나꼼수>가 지지자들만을 결집시키는지, 외연을 확대하는지에 대해서는 관련된 통계가 없기 때문에 지금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면서도 "<나꼼수> 팬들의 과잉된 행동이나 노무현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둘 다 지지하지 않는 중간자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더 냉소적으로 변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라고 충고했다. 진보논객들의 '쓴소리'를 단순히 "<나꼼수>를 도발해서 덩달아 뜨고 싶은 것"(정봉주 전 의원)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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