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타타워 위에 올라가니 이스탄불이 온통 발 아래에 펼쳐졌다. 밖에서 올려보며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높은 느낌, 아무래도 탑 자체의 높이에 더해 언덕의 높이만큼 올라선 셈이라 그런 듯하다.

갈라타항에 정박해 있는 호화 크루즈선. 유럽에서부터 관광객들을 뭉텅뭉텅 실어나르는 배라고.

갈라타 대교 너머 왼쪽서부터 성 소피아 박물관, 블루모스크, 그리고 예니사원까지. 기도빨 충전되길

기다리며 장전 중인 수 기의 미사일 미나렛들을 품고 있다.

바닷가, 항만에 빼곡하게 들이차 있는 크고 작은 배들, 도시 한 가운데를 바다가 가로질러 각각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에 속한 지역으로 갈라놓는단 건 정말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스탄불의

그 마력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건 이렇게 바다를 품고서 세 대륙의 기운을 마구 끌어들여서 아닐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구 시가의 골목은 시원시원하게 규칙적으로 종횡하는 게 아니라 툭툭

중간에 막히고 꺽이고 비틀비틀, 갈지자로 건물 사이를 감아돌아간다. 건물들 모양새 역시 꽤나

독특해서 오각형, 육각형 건물이 심심치 않게 보이던 거다.

그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던 반듯한 골목 하나. 닮은 구석은 하나도 없이 그저 지붕의 붉은 빛을

대충 공유할 뿐인 건물이 좌우로 시립한 채 반듯한 골목을 하나 만들어내고 지키고 섰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였지만 갈라타 대교 위에서 낚시도 하고 노니는 사람들이 보이는 거 같다.

하늘도, 건물도, 바다도 모두 축축하게 젖은 진회색, 그 와중에 부드럽게 번지는 붉은 지붕.

갈라타 타워 위, 둥그렇게 이어지는 테라스는 사람 하나 넉넉히 지나다닐 만한 폭이었는지라

뱅글뱅글 앞사람 꼬리를 물며 테라스를 한바퀴 도는 게 순례자의 길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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