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쉬하바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옛 소련 시절에 만들어진 낡고 허름한 아파트들을 많이

마주치게 된다. 석유와 가스를 판 돈으로 하얗고 커다란 대리석 빌딩과 고급 아파트 건물들을 지어 올리고 있으니

이 건물들은 조만간 허물어질 운명이겠지만, 내가 걱정스러운 건 정작 허물어뜨리기 전에 지가 먼저 허물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것. 아파트 건물 위에는 물론이고 옆춤까지 빼곡하게 늘어선 저 '접시'들을 보면 그렇다.

접시들도 꽤나 나이먹은 거 같다. 완전히 녹슬어서 접시 전체가 황갈색으로 변해버린 놈이 있는가 하면 여름 한철

퍼부은 장마를 지나고 나서 쉬이 망가져버리는 싸구려 우산같이 얼룩얼룩 녹이 번진 놈도 있다.

요새 전세계 이곳저곳에서 UFO가 출몰하고 있는 듯 하던데, 혹시 이 접시의 영향은 아닐지. 저 허름한 접시를

타고 아파트 건물 안에서 웅얼웅얼, 이곳에 있는 District9을 해방시켜 주세요 하고 누군가 소외된 자들이

잔뜩 호소하고 있는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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